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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세계적인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의 위기를 점치는 기사가 쏟아졌다. '킹덤' 시리즈 이후 전 세계가 주목할 만한 콘텐츠가 없고, 한국과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오리지널 콘텐츠의 반응도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불과 2∼3개월 사이, 상황은 급반전됐다. 한준희 감독의 'D.P.'가 군부조리를 전면에 다루고 한국 사회가 크게 요동쳤고,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그러자 언론의 태도는 순식간에 달라졌다. 넷플릭스의 강세와 함께 한국 콘텐츠 시장이 잠식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내고 있다. 이제는 '넥스트'다. 과연 넷플릭스는 이런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까?

#'포스트 오징어 게임'은 누가 될까?

'오징어 게임'의 후광을 입고 출발선을 끊을 것이라 예상되는 콘텐츠는 배우 한소희, 박희순이 주연을 맡은 '마이 네임'이다.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 조직에 들어간 '지우'가 새로운 이름으로 경찰에 잠입한 후 마주하는 냉혹한 진실과 복수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로 '무간도'와 같은 언더커버 콘텐츠다. 파격적인 소재와 과감한 설정, 완성도 높은 연출로 호평받았던 '인간수업'의 김진민 감독의 차기작이라 더 기대가 높다. 

'마이 네임'은 6일 개막한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받으며 더욱 주목받고 있다. 개막식에도 참석한 한소희는 영화제 기간 '오픈 토크' 등에도 참여해 '마이 네임'을 알린다. 

'부산행'을 통해 K-좀비 신드롬을 일으켰던 연 감독이 '지옥'으로는 K-오컬트를 전 세계에 알릴지 여부도 관심사다. 연 감독은 이미 tvN 드라마와 영화로도 제작된 '방법'의 작가로서 오컬트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오징어 게임'의 서두를 장식했던 배우 공유의 차기작 역시 넷플릭스를 통해 만나 볼 수 있다. 공유와 배두나가 주연을 맡은 '고요의 바다'가 그 주인공이다. 오는 12월 공개를 앞둔 '고요의 바다'는 필수 자원의 고갈로 황폐해진 2075년의 지구,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다.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고요의 바다'는 2014년 제13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최항용 감독의 단편영화를 시리즈화한 작품이다. 

'고요의 바다'는 K-SF물로 분류될 법하다. 이미 '승리호'를 통해 한국 제작진이 선보이는 SF물을 맛봤던 전세계 팬들이 다시금 '고요의 바다'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오징어 게임'에서 '딱지치기남'으로 주목받은 공유가 주연을 맡은 터라 홍보 과정에서도 적잖은 도움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격수에서 수비수 된 넷플릭스, 타 OTT 어떻게 방어할까?

2016년 국내 론칭 당시만 해도, 넷플릭스는 이미 단단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는 지상파, 케이블채널, 종합편성채널을 뚫어야 하는 공격수 역할이었다. 한국의 경우 토종 콘텐츠의 역량이 뛰어나고 지지층도 탄탄하기 때문에 적잖이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불과 5년 사이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특히 코로나19 시국 속에서 바깥 출입이 줄어들고 스마트폰을 활용한 콘텐츠 소비가 늘면서 넷플릭스는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다. 이제는 오히려 기득권이 된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을 공략하는 타 OTT와의 대결에서 수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11월에는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론칭된다.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를 비롯해 '스타워즈' 시리즈와 '겨울왕국'과 '알라딘' 등 엄청난 물량을 가진 디즈니플러스는 한국 시장 진입을 앞두고 기존 OTT에서 자사 콘텐츠를 모조리 빼갔다. 이를 디즈니플러스에 집중시키는 동시에 OTT용 신규 콘텐츠까지 앞세워 빠르게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